Friday, August 13, 2010

신뢰

오랜만에 아침부터 부산을 떨면서,
School of Education 에 있는 한국인 교수를 만나기 위해 JRP hall 로 향했다.
106 도가 넘어가는 날씨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뜨거웠다.

한눈에 전형적인 '열공파'로 보이는 교수는, 이미 걸어온 자신의 인생 여정과 비슷한 길을 가려는 나를 위해 한 시간 반을 할애해 주었다. 가능한 한 많이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경험담을 알려주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게 된 이유 등을 알려주었는데, 들어보니 참 열심히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등생 특유의 집중력과 비사교성이 농후하게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공부벌레들의 특성인지라... 그래도 일반적인 한국 남자들과는 다르게 유창한 영어 실력이 대화 중에 여실히 드러난 것은 의외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교수는 본인의 연구 이외엔 '관심 분산'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더하여, 딱히 조력자가 필요하지 않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기에, 내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일들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이 대화를 끝내며 방을 나서는 내게 눈을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며 확실히 깨달았을 뿐이었다.

다시 뜨거운 태양 빛을 향해 나서보니 더위에 숨이 턱 막힌다는 사실이 내 진로에 대해 턱 막히는 막막함 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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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나절에 가게로 찾아 온 마리아 언니네와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투고해 오라고 종욱씨가 전화를 했다. 대충 중국 음식을 4인분 사서 가게로 가보니, 전기공사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마리아 언니와 일요일에 있을 세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신부님과 성당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문득 언니가 참 가족같이 느껴졌다. 때론 나와 의견이 다르고,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고지식한 면이 너무 강한 언니가 답답하기도 하고 싫기도 했는데, 뭐 그게 나 뿐이랴.. 언니도 내가 싫기도 하고, 건방져 보이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한결같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언니 모습에 참 숙연해질 때가 많다. 나만 이랬다 저랬다 하는 감정의 시이소오에 오래 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늘 한결같다는 것..
그 자리에 항상 있는다는 것..
어쩌면 신뢰를 쌓는 첫번 째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박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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