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8, 2010

존중

살아온 날들에서 나도 모르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비단 배우고 싶은 것들 뿐 아니라, 배우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자연스레 체득된다.

나는 때로 지나치게 남을 챙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우리 아빠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운 행동 같다. 아빠는 우리에게 지나치게 먹거리를 강조하고, 식탁 위에서 원하지 않는 반찬도 밥 위에 얹어주시는 것을 습관처럼 하시던 분이다. 난 사실 그런 아빠의 행동에 짜증을 많이 냈었고, 나는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도 많이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이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땐, 어느 새 나는 아빠처럼, 그이가 원하지 않는 반찬을 먹으라고 반강요식으로 채근한다.

엊그제는 함께 옷을 사러 쇼핑몰에 갔는데, 거기서 또 엄마처럼 행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엄마는 늘 아빠 옷을 직접 사오셨고, 패션에 대해 거의 무심한 아빠는 그런 엄마께 한번의 불평없이 즐거이 입으셨다. 매번 옷선물 받는 사람처럼 기뻐하면서.
그것은 내게도 영향을 미쳐,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한 이후로 막내에게 옷을 자주 사주곤 했는데, 늘 나 혼자 가서 골랐고, 어쩌다 동생을 데려가도 동생의 취향은 깡그리 무시한 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골라서 입혔다. 가끔 동생이 제 옷을 사왔을 때 내 맘에 안들면, 동생 몰래 버리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 내게 남편이 생기면 꼭 옷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입힐 거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일은 여기서 터졌다.
그이는 내 스타일이 싫단다. 내가 우겨서 들고 있는 옷들을 보더니 짜증을 내고, 급기야 화로 번져서 나에게 인상을 구겼다.

왜...?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엄마가 사다주는 옷 그냥 즐겁게 입으시는 '아빠처럼'은 안되는 것일까. 왜 내게 화까지 내야할 정도로 그것이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일까? 내가 본인의 권리를 침범한 것도, 본인의 패션스타일에 100% 반하게 옷을 고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렇게 싱글라이프처럼, 나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색깔만을 고집할까...?
이런 것도 기선제압의 하나인가?

만약 나라면, 내가 비록 마음에 덜 차더라도, 그이가 원하는 옷이라면, 오케이 하며 입을 것 같다. 그것이 그냥 나를 위해 골라 준 상대방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에 대한 배려로 나타나는 행동 아닐까.

이런 사소한 문제를 '사랑'의 유무 파악으로 까지 몰고 가는 건 너무 과했다 손 치더라도, 적어도, 존중의 문제는 될 것 같다.  아내를 존중하지 않는 남편....
과연, 이대로 좋냐는 말이다.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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