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 준은 이사를 준비한다. 전세 계약이 만료된 탓도 있겠지만,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글에 전념할 목적이 크다고 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집 구경을 다녔고, 거의 매일 입지조건이 열악하거나, 낡고 더럽거나, 주인이 깐깐한 집에 실망을 하고 돌아왔다. 그렇다고 준의 마음을 흔든 집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얼마 전, 그녀는 기대 없이 집을 보러 나갔다 지하철역이며 마트가 지척인, 넓고 깨끗한 집을 발견했다. 전세보증금도 저렴했고, 수더분한 주인 내외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준은 며칠의 고민 끝에 그 집을 포기했다. 다 좋은데 북향인 게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준은 집에 돌아와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하고 유머러스한 외국인인 그녀의 애인은 방위 때문에 좋은 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준의 이야기를 듣고 다소 괴상한 질문을 던졌다. “집은 원래 북향으로 짓는 거 아냐?”
준의 애인은 아랍인이었다. 여름 평균, 영상 40도의 사막국가에서는 수돗물조차 뜨겁다고 했다. 그 나라에서 집을 고르는 최우선 조건은 북향이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더 시원한 집이 아랍에선 최고인 거였다.
북향에 사는 남자와 남향에 사는 여자는 9년째 열애중이다. 준은 종종 애인을 만나기 전엔 자신이 못생기고 게으른 여자였다고 고백한다. 잘생기고 부지런한 애인 탓에 계절이 바뀌듯 아주 천천히 지금의 자신이 완성되었다는 거였다. 지금처럼 준이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언젠가 그녀와 나를 가르는 4차원의 벽도 무너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가 필요하단 거다.
강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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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좋은 친구가 있는가..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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